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향수' 줄거리
영화는 18세기 프랑스 파리의 생선 시장에서 시작됩니다. 그 곳에서 한 여인이 아이를 낳고 버리려다 붙잡혀 처형당하고, 그 아이는 고아원으로 보내집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장 밥티스트 그르누이"입니다. 그르누이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바로 엄청나게 뛰어난 '후각' 수 킬로미터 떨어진 냄새도 맡을 수 있고 복잡한 향기를 수백 개의 요소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에게는 아무런 냄새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냄새가 없다는 이유로 그를 두려워했고 그는 늘 소외된 채 자랐습니다.
어느 날 그르누이는 우연히 향수 제조자'발디니'를 만나게 됩니다.처음에 발디니는 그를 무시했지만 그의 놀라운 후각 능력을 알아본 후 그를 견습생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는 발디니에게서 향수 만드는 기본기술을 배우며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켜 나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르누이는 붉은 머리를 가진 자두를 파는 소녀에게서 나는 특별한 향기에 매료 됩니다. 그 향기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소녀를 뒤쫓다가 실수로 그녀를 죽이고 맙니다. 소녀의 시체에서 향기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그는 인간의 체취를 보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결심합니다.
발디니에게 향수 제조의 기본을 배운 후 그르누이는 프랑스 남부 향수의 도시 그라스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향수 장인 마담 아르눌피를 만나 더 고급스러운 향 추출 기술을 배웁니다. 특히 '앙플뢰라주'라 불리는 꽃의 향을 지방에 흡수 시키는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그는 이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해보기로 합니다. 하나씩 도시의 아름다운 소녀들을 납치해 그들의 체취를 추출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목표는 13명의 여성에게서 얻은 체취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향수를 만드는 것 입니다. 마지막 희생자로 선택 된 사람은 도시의 부유한 상인 리쉬의 딸 로라가 됩니다.
연쇄 살인법으로 체포 된 그르누이는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그러나 처형식 당일 그는 자신이 완성한 완벽한 향수 한 방울을 몸에 뿌립니다. 그 순간 마법이 일어납니다. 향수의 향기에 매료 된 사람들은 그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기게 되고 처형식장은 순식간에 집단 광기의 현장으로 변합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그르누이는 사람들이 자신이 아닌 자신의 향수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 공허함을 느낍니다. 결국 그는 파리로 돌아가 자신이 태어난 생선 시장에서 남은 향수를 모두 몸에 뿌립니다. 그의 향기에 압도 된 거지들은 그를 둘러싸고 결국 그를 먹어버리게 됩니다. 말 그대로 '사랑에 먹혀 사라진' 그르누이로 충격적인 영화의 결말을 맺습니다.
'향수'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
영화 '향수'는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1985년 소설 '향수'를 원작으로 합니다. 이 소설은 출간 즉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냄새라는 감각을 글로 표현한 방식이 너무나 뛰어나서 오랫동안 '영화화가 불가능한 소설'로 여겨졌습니다.
톰 티크베어 감독은 15년 동안 이 소설의 영화화를 준비했고 약 750억정도의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당시 독일 영화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든 작품 중 하나입니다.
영화의 배경인 18세기 프랑스 파리는 역설적으로 "유럽에서 가장 악취가 심한 도시"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구 밀도가 높았던 파리는 온갖 악취로 가득했습니다. 이런 배경은 그르누이의 놀라운 후각 능력이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만듭니다.
또한 그라스는 실제로 향수 산업의 중심지였습니다. 지금도 그라스는 세계 향수 산업의 본고장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영화에서 보여주는 앙플뢰라주 기술은 실제로 사용되던 향추출 방법입니다.
'향수'의 매력에 빠지다: 총평
'향수'가 가진 가장 큰 도전은 냄새라는 보이지 않는 감각을 어떻게 영화라는 시각 매체로 표현할 것 인가였습니다. 톰 티크베어 감동은 이 문제를 정말 창의적으로 해결했습니다.
그르누이가 향기를 맡는 장면에서는 클로즈업 쇼트와 함께 특별한 색감, 음악이 사용됩니다. 특히 붉은 머리 소녀의 향기를 처음 맡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카메라가 소녀의 머리카락, 피부, 입술을 천천히 비추면서 그르누이가 그녀의 향기를 조각조각 분석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런 연출 덕분에 관객인 우리도 마치 그 향기를 맡는 듯한 감각적인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르누이 역할을 맡은 벤 위쇼의 연기는 정말 대단합니다. 대가가 거의 없는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표정과 몸짓만으로 그르누이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완벽하게 표현해냅니다. 특히 그의 눈빛은 호기심, 집착, 광기를 오가며 캐릭터의 변화를 생생하게 전달 합니다.
앨런 릭맨이 연기한 발디니도 인상적입니다. 한물간 향수 제조자의 모습을 연기하며 그르누이와 대비를 통해 또 다른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18세기 프랑스의 모습을 놀랍도록 생생하게 재현한 것도 이 영화의 큰 매력입니다. 파리의 지저분하고 복잡한 거리부터 그라스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까지, 시대적 배경이 정말 완벽하게 구현 되었습니다.
색감 처리도 뛰어납니다. 파리 장면에서는 어둡고 칙칙한 색조가 주로 사용 되지만 그라스 장면에서는 밝고 화려한 색감이 사용됩니다.이런 색감 차이는 그르누이의 후각 경험과 감정 상태를 반영하는 중요한 시각적 장치입니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철학적 메시지가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연쇄 살인범에 관한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향수'는 사실 정체성과 사랑에 관한 깊은 이야기입니다. 그르누이의 비극은 자신에게 냄새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즉 자신의 존재가 불완전하다고 느끼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는 타인의 향기를 훔쳐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했지만 그것은 결국 가짜 정체성일 뿐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그가 완벽한 향수를 완성했음에도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향기를 통해 얻는 가짜 사랑이 아닌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정이었습니다.
영화의 결말은 정말 충격적이면서도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르누이가 자신의 최고 걸작인 향수를 모두 뿌리고 거지들에게 먹혀 사라지는 장면은 단순한 충격 효과가 아니라 그의 삶 전체를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이는 그가 추구했던 정체성의 완성이자 동시에 그 정체성의 파괴입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향수를 통해 처음으로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받지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자신의 육체적 존재를 완전히 소멸시킴으로써 역설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완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결말은 사랑과 인정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과 그것이 충촉되지 않을 때의 비극을 상징합니다. 또한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에 완전히 몰입하여 결국 그 속에서 소멸 되는 상황에 대한 은유로도 볼 수 있습니다.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